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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엄마인 나도 때로는

2004 4

 

가끔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은 때 가 있다
내가 어렸을적에 나의 엄마는 외할머니를 그리워하지 않으시는 줄 알았다.
그저 늦둥이인 내가 떼를 쓸때 뭐든지 다 해결해줄 수 있는
엄가이버(맥가이버)인 줄 알았으니....
하기사 시집오기 전까지 엄마의 젖을 만지며 살았던 철부지였으니
무슨 생각인들 야무지게 했을까만....

아침에 하늘을 보니 문득 엄마가 많이 보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집에서는 앞산에 잠시 다녀올 듯이 하고는
내달은 걸음은 어머니 아버지가 영면하고 계신 진천 땅이었다.
직행버스 타고 , 시내버스 갈아타고
터벅터벅 걸어서 들길을 가노라니
써레질을 마친논에 못자리 하는 농부들이 보이며
부모님 산소자락엔 샛노란 개나리가 피어있다.
일 년에 두어 차례 내려가는 곳이지만 혼자서 찾은 오늘은
영 기분이 달랐다 .
눈앞이 뿌옇게 변하고 먼산은 보이지 않는다.

산소에 올라가 술한잔 부어 드리고
마음속에 어머니 아버지를 부르려니 눈물이 난다.
이 나이 먹어보니 엄마 아버지 마음 헤아리지 못하고 살았던 지난날이 떠오르고
부모 속 썩혀드렸던 여러 가지 일들이 기억 속을 빠져나와
두 다리 뻗고 앉아 한참을 울었다.
그러셨을 것이다 ,
철없기는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고.....

꿩의 울음소리 뒤로하고 내려와
시냇가에 가니 버들가지가 피었다 .
내가 뛰놀던 냇가,
미역감으며 고무신짝을 떠내려 보내던 그 개울은 어디로 갔는지
커다란 어른발짝으로 뛰어 건널 수 있을 만큼 도랑으로 물이 흐르고 있다.
쑥이라도 뜯을량으로 가져간 칼로 호디기를 만들어 불어보니
꽤 고운 소리가 난다 .
몇 개를 만들어 한 잎에 물고 친구들에게 전화기를 통해 들려주니
깔깔대며 웃는다. 어린애가 따로 없다면서....

이제 보리밭 밀밭도 없고 종달새 우는 소리는 잦아졌지만
그래도 봄볕 받으며 피어난
제비꽃 양지꽃.꽃다지,냉이,광대나물,,,,
들판은 나름대로 조촐한 축제를 열고 있었다.
이제는 마음 내려 놓을곳이 필요하면
다시 찾아가야지......
내 머리속에 그린 그림과 많이 달라진 내 고향이지만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 인동 네가 그곳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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