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을 먹는 것은 싫었다.
그러나 비빔밥은 좋았다.
커다란 양푼에 갓 지은 보리밥을 담고
얼마 자라지 않은 열무와 상추를 뿌리 째 씻어 넣고
애호박 뚜벅뚜벅 썰어 넣은 된징찌개를 살짝 부어 비빔밥을 만들면
엄마,우리 새언니,우리 둘째언니,작은언니,나...
멍석에 둘러 앉는다.
우리 오빠는 비빔밥을 공고리 (콘크리트)갠다고 했고
숟가락 든 모습을 보며 삽질 한다고 놀리며
"아유 무서워라, 저 밥을 다 어떻게 먹을 수 있지?"
그러면
우리 어머니
"먹고 싶으면 한공기 덜어 달라 하지 뭘 그러냐 "하시며
"바가지 밥 보고 계집 내 쫓는단다" 하셨다.
그 즐거운 식사시간
이런저런 얘기로 웃음꽃을 피우다 보면 양푼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고
눈치 빠른 언니 중에 하나는 얼른 숟가락을 내려 놓고
그런 언니를 향해 한마디 더 하시는 작은 오빠
"얘야~ 오리방석좀 내오너라"(물을 가져 오라)
그렇게 오순도순 한 솥밥을 먹던 언니들이 6~70대에 있다.
요즘 처럼 낮이 길면
안마당에 멍석 펴고 앉아 먹던 비빔밥이 그리워
이런저런 나물을 준비 해 본다.
먹을 사람,아들과 나 둘이지만,구수한 냄새가 기분을 좋게 한다.
가족 넷 중에 둘은 나가 먹고 둘만 마주 앉은 자리.
가지나물,고추잎무침,비름나물,꽈리고추 볶음...
아이들은 패스트푸드나 ,육식을 좋아한다.
이 다음에도 그런것은 먹을 일이 많을 것
엄마의 손길로 만든 반찬들을 잘 먹어 주면 좋으련만...
아이는 이내 어제 먹던 카레를 꺼내 들어 밥을 비비고
나는 나물을 넣어 밥을 비볐다.
슬쩍 넘겨다 보는 폼을 보니 관심이 있는 것 같아 그릇을 밀어 주니
아주 맛나게 먹고는 과식 했다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임마~ 엄마 있음이 고마운 줄 알아라.
누가 제철 음식을 이리 정성들여 해 준단 말이냐~
어제 축구경기 응원으로 부족한 잠을 보충이라도 하듯
한 나절 잠을 잔 것 같은데 미안한줄은 아는지
가방 둘러 메고 독서실로 향한다.
이제 대학 졸업
사회를 향하는 발걸음에 튼튼한 징검다리 놓아 가며
잘 살아 주길 바란다.
드나드는 넓은 어깨,큰 키
믿을 것 너 밖에 없다.
그럼 그렇구 말구~~
월드컵도 응원하지만
자랑스럽고 잘 생긴 멋진 아들을 향해 화이팅을 보낸다.
'日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마음 아시는 이 (0) | 2010.07.03 |
---|---|
어머니 기일 (0) | 2010.06.24 |
좀 쉬라는 뜻? (0) | 2010.06.09 |
엄마생각에... (0) | 2010.06.04 |
[스크랩] 永訣終天 (0) | 2010.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