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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잊었던 달맞이꽃향기

오전 다섯시 삼십분

아침을 서둘러 차려 놓고 내달은 산자락에

날 기다리는고 있어야 할 노란망태버섯은 보이지 않습니다.

버섯은 습기가 많은 날 피어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한 가지 생각에 몰두 하다 보면 뻔한 상식도 귓등으로 흘러가 버리고 맹한 짓을 합니다.

혼자 피식 웃으면서 산길을 터덜터덜 내려 오는데

붉은산꽃하늘소가 눈에 띕니다.

꿩대신 닭이라더니...

 이 친구라도 만났으니 됐다 위안을 얻습니다.

고삼에 앉아 한참 모델이 되어 주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와

뚝방길을 어슬렁거리다 보니

오글오글 박주가리 잎에 모여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맞아 , 나 노린재도감도 샀지?

무슨노린재일까?

다가가니 이녀석들 혼비백산해서 잎사귀 뒤로 숨는군요.

짝짓기 하다 들킨 녀석은 더 재빠릅니다.

십자무늬긴노린재입니다.

 

개인적으로 부전나비 종류를 좋아 합니다.

엊그제 제대로 찍지 못했던 그녀석이랑 같은 종류.

반가움에 다가 갑니다.

아침시간이라 잠에서 덜 깨었는지 얌전합니다.

부전나비입니다.

 

밀잠자리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햇빛에 반짝이는 날개가 유난히 예뻤습니다.

예쁜꽃 다 놔두고 마른꽃에 앉다니...

그럼 네가 돋보일것 같니?

 

고추잠자리가 홍초에 앉았습니다.

보호 받기 위한 본능일까요?

누가 꽃이고 누가 고추잠자리인지...

 

 

굴뚝나비가 다시 보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분주히 날았는지 날개가 다 헤졌습니다.

성충으로 사는 기간이 지극히 짧다는 얘길 들은터라

참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주변에 하나 둘씩 잠 깨어 날으는 나비들이 늘어 갑니다.

 

긴호랑거미도 잠깨어 거미줄도 점검 하는것일까요?

부지런하게 하루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산으로 오르는 사람들도 한 둘씩 보입니다.

내 곁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 아지매 사진에 미쳤나? 나비에 미쳤나 그랬을겄입니다.

 

 

 파란 달개비도 꽃이 피기 시작햇습니다.

어려서 아버지 밥 반찬 해 드린다고 열심히 뜯었던 나물입니다.

꽃에 관심이 생기면서 다시 보니 참 아름답습니다.

 

 

 

참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달맞이꽃 향기를 맡았습니다.

나에겐 아픔이며 ,그리움이며 서러움으로 남은 달맞이꽃

일부러 만나려고 나선 길은 아니었지만

목적 하고 떠난 발걸음이 헛걸음이 되고

숨고르기 하러 올라선 뚝방에서

아직 지지 않은 달맞이꽃에 이끌려 다가 갔습니다.

좋은 향이 코 끝에 닿는 순간

30년의 세월이 마구 달음질 쳐 되돌아 가고 있었습니다.

애써 외면 했던 것인지

내 삶이 고단하고 바빠서 잊고 산 것인지

갑자기 주체 하지 못할 생각들이 이슬방울 되어 내 가슴에 내려 앉습니다.

 

이제는 잊어도 돼.

내 잘못만은 아니잖아.

달맞이꽃이 피고 지는 지난 30년전의 기억을 새삼스레 기억할게 뭐야~

올려다 본 파란 하들이 멍든 내 마음 같아 보였습니다.

달맞이꽃은 아직도 제게 한뭉치의 그리움을 던져주네요.

돌아 갈 수 없는 30년의 세월

어디선가 바람이 되어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잠깐 기도 했습니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인연은 내가 맺고 끝는게 아니라

정해져 있는 것을 지나쳐 가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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