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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명절/021-02-10

어느 날부터 명절이 부담으로 다가왔고

난 어른이 되어 있었다.

결혼 후 많은 가족들의 살림을 맡아하며

명절이면 다니러 오는 가족들을 위해 참 많은 음식을 며칠에 걸쳐 해 놓아야 했다.

녹두전 100여장,동그랑땡 , 꼬치전, 깻잎전, 버섯, 호박 , 고추

전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다양하게 만들어 광주리로 하나씩 해 놓았다가

가는 사람 봉송으로 들려 보내야 하는걸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았었다.

 

지금은 어른들 모두 떠나시고

동서들도 모두 자식들 결혼시켜 각자 집에서

명절을 보내고 있다.

이번 명절은 코로나로 인해 모이지 말라는 방송을 연일 하고 있으니

가깝든 멀든 자식들 구경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기분이라도 내 보자고

전 두어가지 만들고 , 떡국 끓일 준비도 하고 만두도 만들었다.

유난히 쓸쓸할 이번 명절이 조금은 우울하다.

 

어렸을 적 모두 밀가루전을 부칠 때

녹두전 없이 차례 모실 거면 하지 말라고 역정 내시던 아버지 얼굴도 떠 오르고

무엇이든 배불리 얻어 먹으려던 동네 친구들이

마당 끝을 맴돌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풍요롭기만 한 이 세상에 마음이 허한 명절을 맞이 하다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자리가 시어머니 자리라고 느끼는 나는

좀 모자란가?

며느님에 시어머니

참 좋은 세상인지 , 몹쓸 세상인지

명절이 되면 생각만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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